우리가 지금 손에 쥔 티타늄 드라이버는 사실 아주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골프의 뿌리를 따라가면 양치기의 막대기와 들판의 돌멩이까지 거슬러 올라가죠. 오늘은 이 작은 공이 건너온 600년의 시간을 따라가 봅니다.
그래서, 골프는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사실 '골프의 기원'은 지금도 논쟁거리입니다. 네덜란드에는 막대로 공을 쳐서 목표물에 맞히는 '콜프(kolf)'라는 놀이가 있었고, 중세 유럽의 여러 필사본에도 막대로 공을 치는 비슷한 놀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형태의 골프 — 홀(구멍)에 공을 넣는 게임 — 가 자리 잡은 곳은 스코틀랜드입니다. 15세기 스코틀랜드의 해안 모래언덕(링크스)에서 사람들은 막대로 공을 쳐 토끼굴 같은 구멍에 넣으며 놀았죠.
귀족의 놀이에서 모두의 놀이로
처음 골프는 시간과 돈에 여유 있는 귀족·신사들의 놀이였습니다. 18세기에 이르면 클럽이 하나둘 생기고, 정해진 규칙 아래 내기를 거는 풍경이 자리를 잡습니다. 골프가 단순한 들판 놀이에서 '경기'로 넘어가던 시기죠.
공의 진화 — 깃털에서 고무로
초창기 공은 나무를 깎아 만들었습니다. 이후 가죽 주머니에 새 깃털을 가득 채워 넣은 '페더리(featherie)' 공이 등장했는데, 깃털을 실크해트 하나 가득 채워야 공 하나가 나왔다고 합니다. 숙련된 장인도 하루 네 개가 한계라, 공 하나 값이 클럽보다 비쌀 정도였죠.
1848년경 고무나무 수액으로 만든 '거타퍼처(guttie)' 공이 나오면서 값이 뚝 떨어졌습니다. 이 저렴한 공 덕분에 골프는 비로소 일반 대중에게 퍼져 나갔습니다.
'18홀'은 어쩌다 정해졌을까
골프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St Andrews)입니다. 원래 이곳 코스는 22홀이었는데, 1764년 몇 개의 짧은 홀을 합치면서 18홀이 됐습니다. 이 코스가 워낙 권위 있다 보니, 18홀이 자연스럽게 전 세계 표준이 됐죠.
오랫동안 떠돌던 "위스키 한 병이 18잔이라 18홀"이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낭설입니다. 진실은 그저 코스 정비의 결과였습니다.
대회의 시대, 그리고 모두의 골프
1860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메이저 대회 '디 오픈(The Open)'이 시작됐습니다. 이 무렵부터 곳곳에 골프 클럽이 생기고, 대회와 챔피언이 등장하면서 골프는 하나의 근대 스포츠로 완성됐습니다. 그립법 편에서 만난 해리 바든도 바로 이 시대의 스타였죠. 20세기 들어서는 여성 골퍼와 대중 골퍼가 크게 늘며, 골프는 모두의 스포츠로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골프
20세기 들어 강철 샤프트가 히코리를 대체했고, 이후 티타늄과 카본이 등장하며 공은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날아가게 됐습니다. 한때 클럽보다 비쌌던 공은 이제 상자째 쌓아두고 치는 물건이 됐죠. 측정 장비와 데이터 분석까지 더해진 지금, 골프는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한 스포츠가 됐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600년 전과 똑같습니다. 막대로 공을 쳐서 구멍에 넣는 것. 도구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마지막 한 뼘은 사람의 손과 감각이 결정합니다. 그래서 골프는 오늘도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